Friday 20 December 2013

FAT의 마지막: 건축계 제일의 악동들 해체를 외치다 - 보이밴드 스타일

올리버 웨인라이트
2013년 12월 17일 화요일 
theguardian.com

찍어낸 듯 한 엉뚱함... FAT의 빌라 커뮤니티 건물. 로테르담 후그블리트 소재. 사진: 마틴 로프만/FAT 

반짝이는 푸른색 장식들로 치장된 로마네스크 교회, 고스족 웨딩케이크처럼 생긴 학교를 지었으며 헤라클레스 머리를 폭신한 의자로 만들어 놓았던 그들. 이들 장난꾸러기 런던 건축가 그룹 FAT이 지금 다시 한 번 예상치 못 한 반전으로 해체를 발표했다. 건축가들은 대게 죽거나 이혼하거나 파산한다 - 그렇다면 그들은 왜 보이밴드 스타일로 해체를 선언한 것일까?

"우리 모두는 우리가 뜻했던 바를 다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펠로우 파트너 션 그리프스, 찰스 홀랜드와 23년 동안 다양한 글쓰기와 교육은 물론, 설치예술에서 공공주택까지 모든 것을 함께  일해왔던 샘 제이콥이 말했다. 

"FAT은 프로젝트, 즉 세상 속으로 가져갈 아이디어 집합을 마련하는 한 방법으로 의도된 것 뿐이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아직까지도 우리는 그렇게 많이도 건축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어요."

그들의 마지막 건축 프로젝트는 내년 여름 완공을 앞두고 있는 알랭 드 보통의 대여용 별장 시리즈의 일부로서 예술가 그레이슨 페리와 함께 디자인 한 에섹스 들판에 세워질 세라믹 입은 진저브레드 사원이 될 예정이다. 타이 불교사원과 에섹스 지방의 헛간이 교차하는 이 작품은 FAT이 만들어낸 가장 복잡하게 계층화 된 혼합체의 하나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그레이슨 페리와 대화할 때 그가 그랬어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매끄러운 차가운 백색 유리와 스틸을 쓰는 모더니스트들인거 아시죠. 그런 것들을 보고있으면 정말 내가 아픈 느낌이 들어요,'" 알랭 드 보통이 회고했다. "저는 그 말을 듣는 즉시 우리가 아주 특별한 방향으로 움직여야겠구나 하는 걸 알았습니다 - 그리고 거기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플레이어도 아마도 하나 뿐이라는 것도요."

에섹스 소재 주택... 그레이슨 페리와 함께 디자인 한 별장, 살아있는 건축. 이미지: FAT

그들이 이전에 방문한 다른 수많은 근본주의 건축집단들, 예를 들면 신성한 아키그램과는 달리 FAT의 작업들은 갤러리와 서적들의 안전하고 밀폐된 안식처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았다. 지난 20여년간 그들은 집, 사무실, 커뮤니티 빌딩, 공공도서관, 예술대학 및 사이파이 바로크 몰딩의 파사드 길이 260m로 완공된 거대한 TV 스튜디오 등을 지어왔다.  

"전부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에요," 제이콥이 말했다. "우리는 절대 전통적인 개념의 건축사사무소로서의 우리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절대 커리어 관리차원의 선택으로 한 것이 아니었어요."

유행 건축 취향 Fashion Architecture Taste 을 의미하는 이 건축사사무소는 도발적인 튜터 케빈 로보담 주위로 20명의 최근 졸업생이 모이며 90년대 초기 느슨한 예술가 집단으로 시작했다. 건축, 그래픽 디자인, 영화제작, 사진 등을 배경으로 하는 이 그룹은 버스정류장에서 캐리어 가방에 이르기까지 도시 내의 장소들과 연계한 일시적 공공예술 프로젝트로 작업을 시작했다.

"건축은 사실 건축가들이 정의하는 것 보다 훨씬 더 큰 것이라는 유토피아적 사고에서 이 그룹은 탄생했습니다,"라고 제이콥은 말한다. "우리는 도시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책정하거나 그 것을 뒤엎을 수 있는 순간을 모색하며 건축의 한계를 보고 있었어요."

젊은 작업실의 공통된 패턴을 따르며 FAT은 네덜란드 광고회사 케셀스 크라머 사옥과 함께 찾아온 큰 휴식기가 있기 전까지 여러가지 전시회 및 나이트클럽 인테리어를 디자인 했다. 암스테르담에 있는 19세기 교회에 끼워맞춰진 변덕스런 언덕 위 마을로 인식되는 이 건물은 구글플렉스페이스북월드가 바라는 그 어떠한 것 보다 이국적인 모습을 띄며 나무요새, 인명구조대 타워, 인조잔디 피치, 동화 속 숲처럼 꾸며진 회의실 등을 포함하고 있다.

푸른 집... 2002년 완공된 해크니 소재 션 그리프스의 집. 사진:몰리 폰 스턴버그/FAT

이 것은 초현실적 샘플링과 만화적 꼴라쥬적 접근을 통해 그들 셋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첫 작품이며 그 안에는 풍성하도록 많은 참조작품들과 그 것들을 재밌게 버무린 특별한 맛이 있다.
“모두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덕분이에요,” 제이콥이 말한다. “이런 도구들은 제각각인 모든 것들을 한 군데로 모아 매우 고상한 꼴라쥬 기구가 될 수 있도록 해 주거든요.”
다른 건축가들이 저 멀리에서부터 마법처럼 환상적 형태를 만들어 내기 위해 디지털 기술의 가능성을 탐구할 동안 FAT은 이러한 디지털 기술로 벡터의 자연스러운 평면성을 고밀도의 3차원적 무대, 즉 그들이 "구상적 부분"이라 불렀던 것을 레이어링 하는데 사용하는 것으로 접근하며 신기술 반대자라는 신선한 입장을 취했다.
그들은 서점의 할인창구, 혹은 로버트 벤츄리, 드니스 스캇 브라운, 찰스 무어 등의 오래된 책들, 베이지 색을 향한 멈추지 않는 열정의 90년대 커리큘럼에서 지워진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유행에서 벗어난 거인으로부터 용기를 얻었다.
라스베가스에서 벤츄리가 보았던 간판들로 뒤덮힌 창고들, 즉 그의 "장식된 창고"의 정의는 그들이 파사드의 깊이를 표현 도구로 사용하면서 FAT의  신조 중 하나가 되었다.

이슬링턴 스퀘어... 열정적인 벽돌들이 맨체스터에 있는 영리한 가정집들을 둘러싸고 있다. 사진: 팀 소어/FAT


해크니에 있는 션 그리프스의 푸른 집에는 이러한 초기 사상들이 강력하고 명확하게 드러난다. 거리에서 보면 카툰 사무소 구역에 붙은 작은 투구모양의 지붕을 한 집이 보이는데, 찍어낸 듯 한 선명함이 표현된 이 건물은 거주-사무 유닛의 최고 작품이라 할 만 하다. 극장식 계단과 과하게 큰 사이즈로 디자인된 창틀, 모호한 문턱은 세심하게 수공된 결과를 만들어 내며, 이러한 복합성은 파사드의 어설픈 평면성과 이율배반적 관계를 갖게 된다. 그리프스가 말하듯 "내부는 아돌프 로스, 외부는 사우스파크" 인 셈이다.

이와 동일한 전술이 4년 후 맨체스터 뉴 이슬링턴 소재의 어번 스플래쉬 테라스 하우스 시리즈에서 좀 더 큰 스케일로 실험된다. 여기에서는 개발이라는 이름 주변으로 커다란 벽돌들이 화려한 아가일 패턴을 자랑하며 행진한다. 건물의 옆모습은 요새의 외곽처럼 여러 채의 건물을 함께 엮으면서도 한껏 공격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은 또 한 번 겉에만 국한하는 기발함에 머물지 않는다. 번쩍 거리는 의상 뒤에 컴팩트한 내부 계획은 최근 10년 동안 있었던 그 어떠한 세대 주택보다 영민하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도 FAT의 외부적 풍성함에 대한 몰두가 언제나 성공적인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니다. 미들스브로의 미들해이븐 부두에 위치하고 있는, 이제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큐브 속 커뮤니티는 최초 생태적 핵심지역으로 개발되었는데  영국 내 초현실적인 건축물 3개동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큐브 속 커뮤니티는 스위스 마운틴 샬레에 기초한 것으로 제일 꼭대기층에는 미국 교외에서 볼 수 있는 물막이 판자집 모양을 하는 모더니즘 아파트 지역이다. 이 작품은 바로크 스타일의 계단과 테라스 위로 극장식 입구를 갖는 화려하고도 기발한 착상이 돋보이는데, 그러나 이러한 형태로 인해 층당 존재하는 4개의 방이 모두 3미터 떨어져 있는 빈 벽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은 참기 힘든 사실이다.

큐브 속 커뮤니티, 미들스브로의 미들해이븐 부두 너머의 초현실적 주거용 타워 3개동. 사진: 롭 페리시/FAT 

터가 크게 솟아난 듯 한 뉴 이슬링턴에 있는 거리와 마찬가지로 미들해이븐 큐브 또한 2000년대 초반 탈산업화 시대의 황무지에 홀로 우뚝 서 있는데 사실 건물이 지니는 쾌활함으로 인해 더 외로워 보인다. 카디프만에 있는 BBC TV 스튜디오의 요란한 몰딩은 빈 공터에 의기소침한 전망을 면하고 있으며, FAT의 가장 큰 프로젝트 중 하나인 이 건축물은 마치 허공으로 농을 치는 듯 빈 고독 가운데 홀로 서 있다. 그렇다면 이 건축사무소의 지속적인 영향력은 어떠한가? 
“계속 쭉 그렇게 망치는거야,” 로버트 벤츄리가 언젠가 FAT을 칭찬하며 한 이 말은 아마도 더 이상의 성공을 제한하는, 결코 유행을 따르지 않겠다는 그들의 확고한 접근방식을 표현하는 말일 것이다. 
“FAT은 너무나도 영리했어요,” 그들 작업의 챔피언이었던 미국의 포스트모더니즘 대부 찰스 젠크스가 말한다. “그들은 명백히 조류를 거스르며 전술적으로 움직였습니다. 그러나 이 점은 예술세계에서는 확실히 통하는 것이지만, 건축계에서는 아니에요. 그래서 항상 B급 영화 수수료를 받았어요.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젠크스는 이후 "이 시대의 호가스(*18세기 영국 화가)"로 불리우게 된 그레이슨 페리의 성공 궤적을 비교하며, FAT의 경우에는 그들에게 합당한 스케일 수준에서 그들의 사상을 표현할 만 한 기회를 갖지 못 했노라고 논쟁했다.

카디프의 BBC 로스 베이슨 스튜디오… 260미터에 달하는 고스, 바로크, SF적 몰딩.. 사진: 팀 소어/FAT

"FAT이 문제를 제기하기는 했습니다만, 그렇다고 영국 건축계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가 말한다. "아마도 영국인들이 건축에 있어 명백히 드러나는 취향, 유행, 스타일을 더 이상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다른 모든 예술에 있어서는 또 그렇지 않아요 - 매우 열정적이죠. 아마 FAT이 벌링턴 경 주위에 있었더라면 모든 사람들이 그들에 귀기울였을 겁니다.”
알랭 드 보통은 현대 건축 문화에 있어 FAT이 슬프게도 드문 접근방식을 대표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FAT은 기술적 미니멀리즘 그 너머를 바라봅니다,” 라고 그가 말한다. “그들은 극도로 기묘하게 보이게 할 법한 아름다움에 흥미를 가집니다. 그래서는 안되겠지만 '기능'을 둘러싼 거짓 정통파 때문에 상식이어야 할 것을 독특하고 기발한 것이 되어버렸어요.”
이들 세 건축가들은 아직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공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년 여름에 있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서 네덜란드 크림슨 건축사사무소 및 작가 오웬 해덜리와 함께 영국관을 큐레이팅하며 콜라보 작업을 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앞으로 20년 동안 수익성 재회에 대한 제안에는 열려있는 입장이다," 라고 마지막 공식보도는 전한다.
“우리는 승리의 여정을 이어갈 것입니다,” 제이콥이 싱긋 웃는다. “음악밴드들은 재회하기까지 30년이 걸리곤 하지만 요즘엔 몇 달 만에 다시 뭉치기도 하잖아요. 그러니 우리도 누가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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